이번 수능(대학수학능력시험)에서 국어·수학·영어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쏟아진 문항은 국어영역 '고전시가' 지문에 딸린 문항이랍니다. 특히 한 유명 사교육 강사가 이 작품에 대해 가르친 내용이 평가원의 해석과 달라 이의신청이 더 빗발친 것으로 보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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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능 국어영역 이의신청게시판에 따르면, 18일 오후 4시 기준으로 게시판에 올라온 이의신청 90건 가운데 38건이 고전시가 지문에 딸린 21번과 25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이랍니다. 수학 이의신청이 21건, 영어 이의신청이 31건인 데 비해 상당히 많은 이의신청이 제기됐습니다. 문제의 작품은 신계영의 '월선헌십육경가'로, 권근의 수필 '어촌기'와 함께 묶여 21번부터 25번까지 모두 5개 문항이 출제됐답니다.
21번에 이의신청을 한 이들은 '모재(띠로 지붕을 이어 지은 집)에 비친 빛이 옥루(玉樓)라 다를쏘냐'가 그리움의 정서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답니다. '옥루'가 임금이 계신 곳을 의미하지만, 이 구절은 자연 속에서 흥취를 느끼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랍니다. 25번에서는 '강호에서 어조와 새 맹세가 깊었으니 / 옥당금마(관직 생활)에 몽혼(꿈)이 섞였다'라는 구절에 이의제기가 몰렸답니다. 평가원의 의도대로 '정치 현실에 미련이 있다'고 볼 수도 있지만, '정치 현실에 미련이 없다'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.
특히 25번의 경우 한 유명 국어강사가 이 부분을 해설하며 '정치 현실에 대한 생각이 희미해졌다'는 취지로 강의를 해 많은 수험생들이 혼동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. 참고로 전문가들은 이 문항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의견이랍니다. 국어학원 강사 김모씨(30)는 "이번 수능에선 딱히 이의제기 할 부분은 없었다"며 "21번은 앞뒤 맥락을 보면 쓸쓸한 분위기가 연결되고, 25번은 꿈(몽혼)이 섞여있으면 미련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"고 말했답니다.
이어 김씨는 "문학 과목의 경우 (정답이) 아닌 건 확실히 아닌 게 있는데, 맞는 건 '이렇게 해석을 하면 그렇게 볼 수 있다'는 식으로 출제된다"며 "선택지에 붙는 '가정'을 이해해야 한다"고 설명했답니다. 익명을 요구한 국문과 교수도 "정답에 상대적으로 명확성이 있어 보인다"며 "아마도 고전시가 분야에서 익숙하지 않은 작품이다 보니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"고 말했습니다. 평가원 관계자는 "이의신청을 모두 받은 뒤 오는 월요일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할 예정"이라고 밝혔습니다.